진리 앞에서 (Before the Truth)

  -최 재 경-

어느 시골에 한 선생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오래 전부터 궁금해 하던 한 가지 물음이 있었다. 그 물음에 대해서 마을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신통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먼 곳의 읍내에 도서관이 있으니 거기서 그 물음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선생은 준비를 단단히 하여 도서관이 있다는 읍을 향해 먼 길을 떠났다. 며칠을 걸어서야 선생은 바라던 읍내에 도착하였다. 도서관은 읍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도서관 정문에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심문하듯 질문하여 그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시골에서 온 선생이 답을 찾고 있는 물음을 한참 듣더니 기다란 사다리를 들고 책꽂이 사이로 앞장서 걷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선생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적혀있음직한 책이 있을 만한 책꽂이를 찾아내어 사다리를 세웠다. 선생에게 맨 윗칸으로 직접 올라가서 적절한 책을 찾아 읽어보라고 했다. 선생은 그 칸의 맨 왼쪽에 있는 책부터 오른쪽 끝의 책까지 모든 책을 하루 종일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가 알고 싶어하던 것은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매우 실망하였다. 그러자 문지기는 선생보다 더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그에게 퉁명스럽게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선생은 읍내의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도서관에 찾아갔더니 문지기는 선생을 도서관 뒷문으로 데려갔다. 거기 문밖에는 더 큰 도서관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문지기는 선생을 둘째 문지기에게 소개하였다. 그는 첫 문지기보다 덩치도 크고 더욱 우락부락하였다. 둘째 문지기는 선생의 설명을 듣고는 도서관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한 책꽂이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사다리를 높이 올려 선생에게 손짓을 하였다. 이 책꽂이의 셋째 칸에 그가 찾는 답이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셋째 칸에 있는 모든 책을 하루 종일 샅샅이 뒤진 선생은 알고 싶던 것을 찾지 못하고 결국 탈진하고 말았다. 며칠을 여인숙에서 끙끙 앓던 그는 몸이 회복되자 다시 희망을 가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선생은 두 도서관을 지나 셋째 도서관의 문지기에게 찾아갔다. 셋째 도서관은 앞의 두 도서관보다 높고 크며 그곳의 문지기는 덩치가 더 크고 우락부락하였다. 그 문지기는 선생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질문도 하고는 그를 많고 높은 책꽂이들 중에서 한 곳 앞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높은 사다리를 책꽂이의 한 칸으로 올려 세우고는 원하는 책을 거기서 찾아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거기서도 선생은 끝내 알고 싶어하던 것을 찾지못했다. 또 여러 날 앓아 누웠다. 이렇게 며칠, 몇달, 그리고 몇해가 흘렀다. 선생이 찾아간 도서관의 문지기는 갈수록 우락부락한 사람이었지만 적절한 책꽂이의 적당한 칸을 곧잘 찾아 주기는 했다. 그러나 매번 실망스럽게도 그가 찾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때로는 문지기들이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선생은 만일을 대비해 적지 않은 금품을 준비해오기는 했다. 그러나 갖고 있던 돈과 값나는 물건은 마침내 다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문지기들은 뜻밖에도 선생에게 도서관의 책에서 읽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선생은 젊었을 때 많은 책을 읽었었고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세월이 흐르자 동이 나서 도서관의 책에 없는 이야기를 더 이상 해 줄 수 없게 되었다. 우락부락한 문지기들은 불친절해졌고, 여전히 그가 알고 싶은 물음의 답은 도서관에서 오리무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덧 그의 눈은 흐릿해져서 책을 쉽게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귀마저 어두워져 그는 이제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그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이 되는 날 선생은 처음 보는 도서관의 정문을 향해 힘겹게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더 이상 걸어가지 못하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정문의 문지기에게 손짓을 하였다. 탈진한 선생에게 짜증을 내며 다가온 문지기는 그의 모기같은 목소리를 듣다못해 그를 도서관 앞 계단에 뉘이고 큰 소리로 그의 귀에 소리 질렀다. “당신 참 끈질기구려.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진리란 도대체 무엇이오?” "내가 알고 싶어하는 진리는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모은 도서관이 있다면 찾을 수 있지 않겠소? 도서관을 크게 짓고 책꽂이를 높게 만들어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모아둔다면 당신 같은 유능한 문지기가 내게 꼭 필요한 책을 찾아줄 수 있지 않겠소?” 이 말을 듣고 어이 없다는 듯 문지기가 초점이 풀려가는 선생의 눈을 쏘아보며 답하였다. “당신 말대로 모든 책을 모아둔다면 어떻게 되는지 내 당신에게 말해 드리리다. 수없이 많은 책을 한없이 높은 책꽂이에 쌓아두면 도서관 바닥은 견디지 못하고 폭삭 꺼진단 말이오. 바닥이 붕괴되기가 무섭게 곧바로 그 밑에 유난히 검고 끝없이 깊은 구덩이가 생겨나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다 삼켜버릴 것이란 말이오!” 퉁명스럽게 소리친 문지기는 숨이 넘어가는 선생을 뒤로 하고 도서관으로 돌아가서 정문을 쾅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