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방울과 비누막에 담긴 수학


모든 사람들은 어렸을 때 비누방울을 갖고 재미있게 놀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비누방울과 비누막의 아름다운 모양은 우리를 정말 매혹시킨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은 수학적인 성질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누방울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동그랗다. 비누방울이 동그랄 수밖에 없다는 이 당연한 사실은 1956년에야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로프가 증명하였다. 비누방울은 주어진 부피를 에워싸는 곡면들 중에서 넓이가 가장 작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자연스러운 성질로부터 유도되는 수학적인 사실은 비누방울의 평균곡률이 상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곡면이 에워싸는 부피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평균곡률이 상수인 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인 비누방울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었다. 그러나 1986년 미국의 수학자 웬티가 도나쓰 표면 같은 이론적인 비누방울을 만들어 내었다. 그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여러 가지 모양의 이론적인 비누방울이 발견되었다.

동그란 비누방울과 이론적인 비누방울은 경계가 없이 유한한 곡면이지만, 무한히 뻗은 상수평균곡률곡면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런 상수평균곡률곡면과 같은 모양의 단세포 동물이 생물학자에게도 알려져 있었다. 매우 안정적인 동그란 비누방울과는 달리 길다란 상수평균곡률곡면은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러나 세포 속 원형질에는 물리학적인 힘과 세포의 생물학적 필요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 묘한 균형에 의해서 단세포동물은 상수평균곡률곡면이라는 수학적 모양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비누방울이 여러 개 합쳐진 것을 비누거품이라고 부른다. 비누방울들이 서로 만난 부분에서 곡선이 형성되는데 이 곡선을 따라 비누방울들은 서로 120도의 각도로 만난다. 그 이유는 120도로 만나야 비누거품의 넓이가 최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 120도의 구조는 벌집, 현무암 기둥, 잠자리 날개 등과 같이 자연에서 수없이 발견된다.

비누방울은 에워싸는 내부가 있는 반면 비누막은 내부가 없는 것이다. 즉 철사를 비눗물에 담갔다 꺼내면 비누막이 만들어지는데, 이 비누막은 철사를 경계로 하는 곡면 중에서 넓이가 가장 작은 것이다. 이런 특성에 의해 비누막의 평균곡률은 영이 된다. 벨기에의 물리학자 플래토는 다양한 모양의 철사로 비누막 실험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1847년 모든 형태의 철사모양에 대해 비누막이 항상 존재한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임의의 철사를 경계로 하는 최소넓이의 곡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이 문제를 플래토 문제라고 한다. 플래토의 실험결과가 플래토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문제는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들이 풀려고 노력하였으나 미미한 결과만 얻었고, 결국 1930년에야 더글러스와 라도가 독립적으로 풀어내었다. 더글러스는 이 업적으로 수학의 노벨상인 Fields Medal을 받았다.

비누막처럼 평균곡률이 0인 곡면을 극소곡면이라고 부른다. 최소의 넓이를 갖는다는 성질은 비누막으로 하여금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갖게 하기 때문에 극소곡면이 건축에 이용되기도 한다. 한 예로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의 지붕은 비누막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경계가 있는 비누막과 달리 경계 없이 무한히 뻗은 극소곡면을 완비극소곡면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평면, Catenoid, Helicoid는 완비극소곡면이다. Catenoid는 현수선의 회전곡면이고 Helicoid는 회전계단과 같은 곡면이다. 지난 200년간 모양이 단순한 완비극소곡면은 이 세 곡면밖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1982년 브라질의 대학원생 Costa가 뜻밖에 새로운 것을 발견한 뒤 요즘도 계속 새로운 극소곡면들이 발견되고 있다. 안정적인 완비극소곡면은 수학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물리학에서도 일반상대성 이론의 한 미해결 문제를 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비누막 여러 개가 모인 것을 비누막 무리라고 부른다. 비누막 무리는 비누거품과 달리 에워싸는 것이 없다. 하지만 비누거품처럼 최소 넓이를 갖기 때문에 역시 120도의 구조를 가진다. 비누막 무리에서는 비누막 세 개가 한 곡선을 따라 서로 120도를 이루며 만나고, 또 이 곡선 네 개는 한 점에서 서로 109도로 만난다. 이 사실은 Plateau가 이미 실험적으로 발견하였으나 수학적인 증명은 1976년에야 이루어졌다. 지난 1989년에는 천체물리학자들이 이 우주공간에 있는 성운들의 삼차원 지도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지도가 마치 비누막 무리와 비슷한 모양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직육면체의 모서리를 경계로 하는 비누막 무리를 차곡차곡 쌓으면 삼차원 공간의 partition, 즉 주기적 분할을 얻을 수 있다. 1888년 영국의 Kelvin경은 이 직육면체 모서리의 길이를 적절히 잡으면 최소 겉넓이를 갖는 분할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였지만 이는 아직 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비누방울과 비누막은 오랜 동안 우리 인간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비누방울과 비누막은 한편 심오한 수학적 이론이 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 건축물이 되기도 하고, 벌집이 되기도 하고, 현무암 기둥이 되기도 하고, 바다 단세포동물이 되기도 하고, 막막한 우주의 구조가 되기도 한다.